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버릴 때
마음도 떼어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장석주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