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 대하여

시 두레 2014. 11. 1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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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 대하여

                       아기가
                       섬마섬마

                       아기가

                       섬마섬마

                       일어서다가 넘어진다

                       넘어졌다가

                       일어선다

                       다시 넘어진다

                       오늘은 이토록 찬란한 날

                       아기가
                       섬마섬마

                       오늘 아침

                       11시 지나 아기가 선다 /고은

 

   아이 앞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도리도리' 해본다. 아이에게 '죔죔' 해본다. 아이는 고개를 까닥까닥하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재롱을 부리고 또 금세 재롱이 는다.
   아이에게 '섬마섬마' 해본다. 아이가 서는 것을 돕느라 잡았던 손을 살짝 떼며 '섬마섬마' 해본다. 아이는 일어서다 곧 넘어지지만 점차 두 다리에 힘이 붙는다. '섬마섬마'는 아이를 어루만지고 아이의 밝고 신성한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소리. 아이는 순수한 움직임 그 자체이다. 아이가 홀로 서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는 찬란하다. 아이가 홀로 서는 11시에는 햇빛도 따라 선다.

   아이는 손뼉을 치고 춤을 추고 순간 울음을 터트린다. 워즈워스는 아이들이야말로 "능동적인 우주의 동숙자"라고 했다. 아이 앞에서 왼손바닥에 오른손 손가락을 댔다 뗐다 하면서 '곤지곤지' 해본다. 아이는 우주가 자꾸 간질간질한지 까르르 웃는다.

    /문태준·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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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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