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길
1. 꾸물거리던 벌레 한 마리 이승을 떠나가고 이승과 저승 사이 벌레구멍 하나 생긴다 첩첩이 고요만 쌓이는 늦가을 빈 집 뒤뜰 2. 나뭇잎 다 뒤져도 가는 길을 못 찾았나 그 날 떠난 바람 허공에 와 다시 운다 하늘의 권속이 되어 별은 저리 빛나는데 /노중석
떠나는 소리로 빈자리들이 커지고 있다. 낙엽들 버석대며 떠나는 길 밑도 유심히 보면 벌레들 자취가 더러 밟힌다. 자그만 벌레들도 우리네 공원이며 뒤뜰에 와서 한생 잘 파고 먹고 놀다 제 길 떴나 보다. 그렇게 지구에 깃들어 먹고살다 무엇인가 남기고 떠나는 생명들, '첩첩이 고요만 쌓이는' 늦가을의 뒤뜰 또한 자잘한 생명들의 한살이 삶터요 놀이터였던 것이다. /정수자;시조시인/그림;김성규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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