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1556 ~1618)이 둘째 아들 생일날 엉뚱한 시를 썼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저놈을 어떻게 키우나 걱정이 되는 순간, 백사 특유의 낙천주의에 두둑한 배짱이 가만있지를 못한다. 아무 걱정 없다. 지금 어느 부잣집에서 딸을 고이 기르고 있을 테니 그 집 데릴사위로 보내자. 사돈집은 내 아들 모시느라 고생 좀 하겠다. 백일몽이라도 꿔야 자식 키울 걱정의 무게가 덜어진다. 백사는 시로도 웃음을 선사한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