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뼈

시 두레 2014. 11. 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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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뼈

 

            늦가을 나무둥치 소리 여직 달려 있다
            매듭이 뚝뚝 지는 굵고 성긴 울음
            그 사이 하늘이 넓다
            뿌리들이 보인다.

            설익은 나날들도 푸르게 깊은 고요
            채우지 못한 그리움 낙엽으로 쌓이고
            투명한 줄기만 남아
            시월을 채운다.

            시간의 뼈 마디마디 성급히 열납(悅納)하고
            집 떠난 알갱이 같은 하루가 모여 모여
            고요히 굽은 등 너머
            먼 길을 나선다. /
정온유


   눈부시게 높푸르던 시월이 간다. 다 태울 듯 불타오르던 단풍들도 낙엽이 되어 남은 길을 떠난다. 여름내 들고 있던 잎을 내려놓은 도심의 가로수며 공원의 나무들은 팔이 한결 헐거워졌다. 남녘에는 단풍이 많이 남아 있다지만 도처에서 가을 끝자락의 스산함이 끼친다.
   시간의 뼈처럼 성근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도 휑해지는 느낌이다. 우리네 골목으로 들어오는 건물들의 그림자도 한층 깊고 서늘해졌다. 이제 '고요히 굽은 등 너머 / 먼 길' 나서는 시월을 배웅해야 하리라.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괜스레 들썩대는 문자며 발길들이 난만할 법한 날, 총총 들어선 포장마차가 시린 목을 덥혀주겠다. 그사이 바람은 시리게 지나가도 불빛들은 조금씩 더 따스해지겠지.   /정수자;시조시인/그림;이철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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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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