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늦가을 바람이 분다 가을 찬비 지나가고 나면 훨씬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많다. 가을바람은 냉담하다. 가을바람은 옹색하다. 한 채의 빈집 같다. 그러나 가을바람은 으스스하긴 해도 흐리터분하지는 않다. 흐린 정신을 바로 세운다. 가을바람은 서리처럼 흰빛이다. 이처럼 가을이 기울어져 지나가고 나면 나무는 앙상한 가지로 차림차림이 간편해지고, 숲의 살림은 더욱 단출해질 것이다. 그것이 나무와 숲의 본래 면목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있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길을 떠났던 사람이 그 행로를 되짚어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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