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목에 꼭 맞는 돌
지천구곡 흐르는 물을 오늘 일만은 아닌 듯 바라보지만
바람 만나야 소리 나는 것들 중에선 물거울보다도 마른 잎보다도 돌이 좋아요
공깃돌 다섯 개 골라 굴리면 손안에서 피어나는 민물 냄새
돌탑 쌓고 허무는 싱거운 재미만 헤아리다 엄마 없는 집으로 해를 안고 가며는
개울가엔 오색 돌
쑥색 돌 하얗게 물 마르는 돌
/신미나
몸 붙일 곳 없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매일 개울가에 나가 흐르는 물을 본다. 물은 멀리멀리 간다. 안 올 것처럼. 쪼그려 앉은 소녀는 작고 동그란 돌들을 손에 쥐었다 손등에 올리곤 한다. 돌들은 개울 바닥에 깔려 있던 물돌이어서 젖어 있고 물 내가 난다. 소녀는 간절한 기도처럼 돌로 탑을 쌓아 올린다. 그러곤 우르르 무너뜨린다. 엄마는 어딜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지는 해를 받아 안고 캄캄해진 빈집으로 돌아가는 소녀가 있다. 개울가에는 돌들이 오도카니 앉아 있다. 소녀가 낮 동안 외로운 홀몸으로 있던 그 자리에. 이 시를 읽고 난 후에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알한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 / 내여던진 풀닢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닢이나 맘 해 보아요"라고 쓴 김소월의 시 '풀 따기'를 다시 읽는다.
/문태준;시인/그림;이철원/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