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니더면

시 두레 2014. 8. 1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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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더면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럽고 매끄럽던 얼골이

왜 주름살이 접혀요
당신이 기룹지만 않다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 테여요
맨 츰에 당신에게 안기던

그때대로 있을 테여요

그러나 늙고 병들고 죽기까지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안하여요
나에게 생명을 주든지

죽엄을 주든지 당신의

뜻대로만 하서요

나는 곧 당신이어요 

    /한용운(1879~1944)

   이 시는 겉으로는 사랑의 괴로움을 죄다 드러내어 말하고 있지만 거듭해서 읽으면 사랑을 호소한다. 사랑의 행위로 인해서 보드랍고 반드럽던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 간다. '당신'이 그립지 않다면 몸도 마음도 늙거나 쇠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나'의 늙음과 발병(發病)과 죽음이 '당신'이 주관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한다.
   만해(萬海) 한용운 선생이 시집 '님의 침묵' 원고를 설악산에서 탈고한 때는 1925년 8월 29일 밤이었다. 혁명가였으며 선승이었으며 시인이었던 선생의 시집을 이 여름의 끝에 다시 읽는다. 눈물과 이별을 미소와 만남으로 뒤바꾸는 선생의 사랑 노래는 유연하고 웅혼하다. 개인적 욕망과 망집에 사로잡힌 영혼에 선생의 가르침은 늘 사자후(獅子吼)다.
   /문태준:시인/그림;박상훈/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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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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