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李舜臣) 사공 삼고 을지문덕(乙支文德) 마부 삼아 파사검(破邪劍) 높이 들고 남선북마(南船北馬) 하여 볼까 아마도 님 찾는 길은 그뿐인가 하노라 /한용운(1879~1944)
만해축전이 설악산을 푸르게 되세운다. 만해 정신을 기리는 만해대상과 작품상 시상이나 축전이 다 뜻 깊어서인지 산 빛도 한결 청량했다. 백담사를 지나 흘러오는 물소리며 울울창창한 소나무를 키우는 바람의 푸른 위무만으로도 무더위에 지친 심신이 상큼해졌다. 그 참에 다시 읽는 만해 시조는 번쩍! 정신을 깨워준다. '이순신을 사공 삼고 / 을지문덕을 마부 삼'다니! 호쾌한 기상에 자세부터 여며진다. 위대한 두 정신을 '사공'과 '마부' 삼으면 못 헤칠 길이 없을 것. 악을 물리칠 '파사검'까지 '높이 들고' 남으로 배를 젓고 북으로 말을 몰아가면 결국 '님'을 찾지 않겠는가. 그 님은 기룬 님이요, 조국이요, 처처의 아픈 중생이기도 할 테니, 모름지기 나라는 그리 살필 때 두루 편하리. 영화 '명량'의 엄청난 관객은 그런 목마름 같다. 이순신 정신이야 늘 간절했지만, 지금 더 절박하다고 말없이 외치는 것만 같다. 광야에서 '초인'을 목 놓아 불렀듯―.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