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의 오늘 밤

시 두레 2014. 8. 2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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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며 생각한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들.

한라산 기슭에도
태백산 골짜기 두메산골에도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몇 명이나 될까
헤아릴 순 없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달빛에 빛나는 하얀 이마
달빛에 빛나는 까만 눈동자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를 생각할까.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내게로
따뜻한 마음의 손을 내밀까.

그야 모르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어쩐지 정답게 느껴진다.

언제 만날지
어떻게 사귀게 될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달을 보는 나는 
따뜻한 마음의 손을
서로 잡고 있는 것 같다.

/박목월·(시인, 1916-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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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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