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淮旅舍(청회여사)청회 여관에서 穿壁爲門簷着地(천벽위문첨착지) 벽을 뚫어 문을 내고 처마는 땅에 닿고 室中如斗僅容身(실중여두근용신) 여관방은 콩알만 해 겨우 몸을 들여놨네. 平生不欲長腰折(평생불욕장요절) 평생토록 긴 허리를 굽히려 안 했건만 今夜難謀一脚伸(금야난모일각신) 지난밤은 다리 한 짝 뻗기조차 어려웠네. 鼠穴煙通昏似漆(서혈연통혼사칠) 쥐구멍으로 연기 들어와 칠흑처럼 어두운 데다 甕窓茅塞本無晨(옹창모색본무신) 작은 창은 꽉 막혀서 새벽빛이 못 들어오네. 猶能免我衣沾濕(유능면아의첨습) 그래도 옷이 젖는 것은 모면하게 됐으니 臨別殷勤謝主人(임별은근사주인) 떠나면서 은근하게 주인에게 인사하네.
17세기 문신 조경(趙絅·1586~ 1669)이 여행 중에 허름한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묵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비좁고 허술한 집이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 들어갔더니 사지를 뻗기도 어렵다. 허리가 뻣뻣하여 한평생 남에게 굽혀본 적이 없는 허리도 이 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너구리굴로도 모자라 창문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서 떠나고 싶어도 새벽이 올 것 같지 않다. 그래도 한뎃잠 자지 않은 게 어디냐면서 "하룻밤 잘 잤소이다." 인사하고 길을 떠난다. 언짢아하고 화내본들 어쩌랴? 먼 옛날 새우잠을 잔 과객의 헛헛한 푸념이 들려오는 듯하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그림;김성규/조선읿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