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0
옥상 장독대 위 산당화
산당화 위 안테나
안테나 위 뭉게구름
뭉게구름 위 비행기
떴다 떴다 비행기 우리 비행기
그해 내 마음의 가장 높은 봄을 지나
아득히 날아가던 너라는 비행기 /안현미
산당화는 명자나무꽃을 일컫는다. 그 꽃은 유난히 붉어서 마치 혈액이 도는 붉은 심장 같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의 얼굴 같다. 옥상이 있고, 옥상에는 장독대가 있고, 장독대 위에는 산당화가 피어 있고, 산당화 위에는 안테나가 있다. 시선이 위를 향해 가고 있다. 전파를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안테나 위에는 둥실둥실 뜬 일단의 뭉게구름이 있다. 그리고 비행기가 아득하게 멀리 날아간다. 날아가 사라진다. 시인은 문득 옛사랑을 떠올린다.
이 시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사랑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들로 이해된다. 사랑은 마음의 항아리에 괴고, 피어나고, 교신하고, 흥분하여 부풀어 오르고, 이동하고, 사라진다. 비록 사랑의 열도가 낮아진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동안 사랑은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가장 강렬한 열중의 상태에 있다. /문태준: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