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을 잊지 말고 잘 지키고 가꾸어라
사람들은 첫사랑을 못 잊어한다. 때 묻지 않아 그만큼 순한 마음으로 닦여진 아름다운 인정이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초승달 같은 애틋함과 저녁 종소리 같은 여운을 지닌다.
어떤 관계는 초이틀 달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이는 초사흘 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초나흘이나 초닷새에 이르면 그만큼 애틋함과 풋풋함은 덜하고, 서서히 자기 고집을 드러내어 무뎌지기 시작한다.
계절만 하더라도 처음 맞이할 때가 가장 신선하다. 초봄과 초여름과 초가을, 그리고 초겨울은 신선한 계절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한여름이나 한겨울, 봄과 가을이 무르녹게 되면, 처음 그 산뜻했던 느낌과 분위기는 소멸되고 만다.
화엄경에, ' 초발심시 변성정각 初發心時 便成正覺'이란 말이 있다. 최초에 한 마음을 냈을 때 곧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 다시 말하면 맨 처음 먹은 그 한 생각이 마침내 깨달음을 이룬다는 뜻이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면 뒤를 이어 가지마다 꽃들이 피어난다는 소식이다. 꽃이 필 때 매화가 됐건 일시에 다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맨 처음 꽃망울을 터뜨리고 한 송이가 피어나면, 이 가지 저 가지에서 수런수런 잇따라 피어난다.
첫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초지일관 初志一貫, 처음 세운 뜻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 그 뜻을 이룰 수 있다. 맨 처음 먹은 그 한 생각 最初一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승과 제자, 아내와 남편, 친구 사이도 처음 만났을 때의 간절하고 살뜰했던, 그 첫 마음을 지키고 가꾸면서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 이것은 거저 되는 일이 아니고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이 받쳐주어야 하는 인생의 길이다. 첫 마음을 잊지 말라. 그 마음을 잘 지키고 가꾸라.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