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
꽃시장 난전에 핀 울긋불긋 봄꽃들이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묶어둔다. 분갈이 흙 알갱이들 묵은내가 알싸하다. 뿌리 털어 걸러낸 겨우살이 몸살도 요리조리 햇볕에 골고루 버무린다. 목울대 깊은 곳에서 쏟아지는 그을음들 못다 걸은 걸음들 한쪽으로 긁어내고 뒤처진 걸음들은 중심으로 앉힌다. 알뿌리 정토(淨土)의 봄날 물관부가 툭 터진다. /박지현 봄꽃들이 예서 제서 난전을 차리고 있다. 그 꽃들 늘어놓고 사람들도 봄의 난전을 열고 있다. 어디서나 새로 핀 오밀조밀 화분들이 지나는 발길을 잡아챈다. 화분 하나만 바꿔도 봄이 밀려들어 오니 이참에 분갈이나 해보자고 꽃 고르는 손도 분주하다. 꽃들은 '저요, 저요'필요 없이 웃기만 잘하면 새 분으로 옮겨진다. 묵은내 털어내고 새로 앉히는 뿌리들. 부디 잘 내리라고 햇볕도 고루 버무려준다. 묵힌 '그을음들'털어내고 '뒤처진 걸음들'중심도 고르게 앉혀준다. 그렇게 뭔가를 갈아주는 것은 제 길을 새롭게 잘 열라는 것. 줄 비뚜로 선 아이들 바로 세워주듯, 헝클어진 저녁 신발들 바로 놓아 아침에 잘 나갈 수 있게 해주듯, 봄에는 우리네 마음가짐도 더 자주 잡아줘야 할 것 같다. / 정수자 : 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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