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락

시 두레 2014. 3. 2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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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반 평도 채 못 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정끝별


   '와락'이라는 낱말에는 갑자기 솟구치는 힘이 들어 있다. 껴안거나, 달려들거나, 울음을 터뜨릴 때 이 낱말은 그 행위에 강세를 보탠다. 살다 보면 '와락' 하는 순간을 자주 겪는다. 가령 사랑의 감정은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으며 어느 순간 황홀하게 폭발한다. 그때 나는 '너로 가득 찬' 시간을 살게 된다.

   그러나 형편은 바뀌는 것이어서 온 것은 가게 마련이다. 마치 밀물과 썰물의 때가 교차하는 것처럼. 만남 뒤에는 이별이 온다. 가득 차 있던 것은 끝내 텅 빈다. 물론 슬픔과 실연도 끝이 있다. 슬픔과 실연 후에는 환희와 사랑이 올 것이다. 눈물이 지나가면 미소가 올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정념은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때마다 '와락'의 순간을 사는 셈이다. 바람도, 연인도, 눈물도 왔다 간다. 새봄의 꽃이 오늘엔 피고, 후일엔 지듯이.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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