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를 읽는 동안 누군가는 나를 욕할지 모르고 내가 누군가를 욕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바흐의 칸타타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 가장 사소한 시간 속에서 행복은 찾아지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외부에서 올 때가 많다. 느닷없이 서울 하늘에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어느 날 느닷없이 군대에 소집된다면? 어느 날 병(病)이 오고 또 어느 날 힘겨운 일이 찾아올지 모른다. 역사 속을 뒤져보면 분명 그러한 일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장미가 한창이고 된장국에 맛있게 식사를 한 나는 이 순간을 행복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순간은 순간! 지금 누군가에게 남모르는 협박을 당하는 아이가 있고 우울증에 빠진 중년이 있고 암을 선고받는 사람이 있다. 굶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시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가는 무엇을 할 것이며 부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나무 그늘로 바람이 살랑인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