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시 두레 2014. 3. 1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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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면도기가 충전이 다 되었다고

녹색등을 깜빡이는 동안,


반딧불이가 난생처음 하늘을 차고 올라

수줍은 후미등을 켜고 구애하는 동안,


대학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가

원망인지 사랑인지 모를 눈빛을

가족에게 지어 보이고 있는 동안,


오늘도 세계의 어딘가에 선

장착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날고

사소한 약속을 지키러 나온 맨해튼 42번가의 사내는

째깍거리는 시계를 자주 보며

공허한 두 손에 피로한 두 얼굴을 묻는다. /이시영


   내가 시를 읽는 동안 누군가는 나를 욕할지 모르고 내가 누군가를 욕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바흐의 칸타타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 가장 사소한 시간 속에서 행복은 찾아지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외부에서 올 때가 많다. 느닷없이 서울 하늘에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어느 날 느닷없이 군대에 소집된다면? 어느 날 병(病)이 오고 또 어느 날 힘겨운 일이 찾아올지 모른다. 역사 속을 뒤져보면 분명 그러한 일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장미가 한창이고 된장국에 맛있게 식사를 한 나는 이 순간을 행복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순간은 순간! 지금 누군가에게 남모르는 협박을 당하는 아이가 있고 우울증에 빠진 중년이 있고 암을 선고받는 사람이 있다. 굶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시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가는 무엇을 할 것이며 부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나무 그늘로 바람이 살랑인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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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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