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되어 가는 때가 있고 일이 순조롭지 않아 매우 어렵게 되는 때가 있다. 혹한의 때가 있고, 새봄의 때가 있다. 때를 만나면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넘칠 듯 흔들리는 잔물결이 되어 찰랑거린다.
이 시에서 시인은 어느 때가 되더라도 늘 보드랍고 가볍게 움직이는 마음을 쓴다. 얇은 장갑을 낄 때도 좋고 두꺼운 장갑을 낄 때도 좋다고 말한다. 얼음판을 만나는 때도 좋고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도 좋다고 말한다. 당시의 사정이나 요구에 알맞게 맞출 뿐이니 시중(時中)에 적절함이요, 시의(時宜)에 적절함이 있을 뿐이다. 마치 부신(符信)이 꼭 들어맞듯이. 이렇게 사는 이의 마음은 넓고 아량이 있다. 이렇게 사는 이는 어떤 일이 있는 바로 그날, 당일(當日)을 호일(好日)로 여겨 사는 사람이니 마음에는 큰 기쁨과 흥이 가득할 것이다. /문태준: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