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가 창창 보리 목 뽑아 올릴 때가 되어 가는가. 우리의 텃새 종달새는 노고지리나 종지리 혹은 구름 속에 노닐어 운작(雲雀)으로도 불렸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로 시작하는 남구만 시조가 떠오를 만큼 시에도 자주 등장해온 자그맣고 정겨운 새다. 그런데 그 울음을 '지지배배'로 따내다니! 역시 시인은 다른 귀와 눈의 소유자다. 지지배배는 제비 울음이라고 못 박은 사람도 '어?'다시 들어보고 싶어진다. 게다가 그 울음에서 '시애미 잡것 시애비도 잡것'을 읽어내고 '너와 나 젤이지' 하면서 '지지배배'를 또 붙이니 웃음이 툭 터진다. 어디서 전하는 얘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발칙하기 짝이 없는 종지리들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종달새는 '구름 속 / 불티로 날아오르'며 제 봄을 노래하리라. 지지배배~ 꽃샘잎샘이 아무리 맵게 쳐도 종달새는 높이 솟겠지만 이제는 만나기도 쉽지 않은 보호조(保護鳥)다. 하여 더 그리운 종달새 소리! 어서 우리 봄의 목을 파랗게 뽑아다오. /정수자:시조시인 /그림:유재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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