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유학자 송익필(宋翼弼·1534~1599)의 시다. 그는 고독한 사물을 즐겨 읊은 시인이다. 길을 걸을 때 그의 시선은 곧잘 하늘 높이 날아가는 새에게 머문다. 밤길에서는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조각달을 찾고, 잠에서 깬 아침나절에는 외롭게 서 있는 산을 바라본다. 그 자신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왜 그렇게 자주 일부러 고독과 마주치는 것일까? 고독한 순간에는 사물과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고, 사사로운 욕망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은 그냥 혼자가 아니다. 세상이나 사물에 다가가 소통하고, 먼 옛날과도 대화를 나누게 한다. 길을 걸으며 고독한 것들과 대화하는 고독한 시간은 세상을 관조하고 인생을 음미하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흐르는 물이 나와 친구 하자며 콸콸 흐른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