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의 시조 한 편이 각별한 즈음이다. 창간 축시 청에 "박재삼을 시조로 추천했고 송강이나 고산, 이 나라의 시조를 내 모를 리가 있나. 자 내 솜씨 한번 보게!"하고 써냈다는 일화도 환기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시인이라면 시조는 당연히 쓸 줄 알아야지 하는 듯하지 않은가. 그런 때문인지'문둥이'는 자유시이건만 빼어난 시조로도 종종 회자된다.
우리의 말이며 율(律)을 누구보다 능청스럽게 잘 부린 미당. '비는 마음'도 '새눈 뜨고'선 길을 비는 천연스럽고 기꺼운 추임새다. 그런데 '머슴 갔다 겨우 풀려 오는 해', 그것도 '5만 원쯤 새경 받아 손에 들고 오는 해'라니! 나라며 시조 의 해방과 미래를 일깨우는 기막힌 구절 앞에 '차마 못 본 곳 살펴'이를 길이 새삼 지엄하게 다가온다. 대보름달 아래 피어날 비손들의 안팎도 그러할까.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