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마음

시 두레 2014. 2. 13. 04:55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비는 마음 


        버려진 곳 흙담 쌓고 아궁이도 손보고

        동으로 창을 내서 아침 햇빛 오게 하고

        우리도 그 빛 사이를 새눈 뜨고 섰나니


        해여 해여 머슴 갔다 겨우 풀려 오는 해여

        5만 원쯤 새경 받아 손에 들고 오는 해여

        우리들 차마 못 본 곳 그대 살펴 일르소. 

                   /서정주(1915~2000)

 


   미당 서정주의 시조 한 편이 각별한 즈음이다. 창간 축시 청에 "박재삼을 시조로 추천했고 송강이나 고산, 이 나라의 시조를 내 모를 리가 있나. 자 내 솜씨 한번 보게!"하고 써냈다는 일화도 환기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시인이라면 시조는 당연히 쓸 줄 알아야지 하는 듯하지 않은가. 그런 때문인지'문둥이'는 자유시이건만 빼어난 시조로도 종종 회자된다.

   우리의 말이며 율(律)을 누구보다 능청스럽게 잘 부린 미당. '비는 마음'도 '새눈 뜨고'선 길을 비는 천연스럽고 기꺼운 추임새다. 그런데 '머슴 갔다 겨우 풀려 오는 해', 그것도 '5만 원쯤 새경 받아 손에 들고 오는 해'라니!  나라며 시조  의 해방과 미래를 일깨우는 기막힌 구절 앞에   '차마 못 본 곳 살펴'이를 길이 새삼 지엄하게 다가온다. 대보름달 아래 피어날 비손들의 안팎도 그러할까.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獨行(독행) 홀로 길을 가다  (0) 2014.02.15
모닥불  (0) 2014.02.14
웃는 당신  (0) 2014.02.12
漫興 (만흥) 흥이 나서  (0) 2014.02.11
  (0) 2014.02.10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