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밤하늘 별들 사이 새 한 마리 북으로 간다 철썩 철썩 노 젓는 소리, 고요가 툭 툭 튀고 아득히 빛과 어둠 사이에 묻히는 새, 새소리 /송선영 북(北)은 추운 곳. 시에서도 북은 춥고 쓸쓸했다. 북에서 찾던 새로운 길의 지엄함과 애달픔 때문이다. 그것이 민족을 위한 길이든 자신을 위한 길이든 그랬다. 새들에겐 어떠할까. 겨울 철새라면 북으로 가는 길은 월동(越冬) 후의 귀소(歸巢)겠다. 그런데 이 새는 더 먼 어딘가로 자신을 저어가는 것만 같다. '철썩/철썩''노 젓는 소리'가 차디차게 허공에 메아리친다. 그 사이로 '툭 툭'튀는 고요라니! 온 세상이 숨죽인 채 그 길을 건네주는 것만 같다. 그렇게 가야 할 무슨 소명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잠들기 전에 닿아야 할 숲이 부르는 것인가. '노 젓는 소리'에 북을 향한 먼 눈길들이 겹친다. 이번 설은 또 어찌 지냈는가, 북을 향해 뜨겁게 모았을 손들이 스친다. 조류인플루엔자(AI), 가창오리의 떼죽음도 겹쳐 지나간다. 이번엔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이어질지, 애먼 죽음들이 자꾸 밟힌다. 하지만 '별들 사이'혼자 북으로 가는 새는 저리 힘껏 노를 저으니 제 숲에 필시 닿으리라. /정수자 :시조시인 /그리:유재일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