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진
꽃.
진 채
내게 배송된 꽃.
발송인을 알 수 없던 꽃.
그 꽃을 기억해 냈다.
슈베르트 음악제가 한 달간 열린
알프스 산간 마을
한가로이 풀꽃에 코 대고 있는 소 떼들이
목에 달고 다니는 방울
그 아름다운 화음에서 /조정권
피어나는 꽃들이 감탄을 부른다면 떨어진 꽃은 명상을 낳는다. 꽃을 온전히 보려면 피는 때의 흥겨움만 말고 처연히 지는 꽃길도 터벅터벅 걸어보아야 하리라. 지는 꽃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때 그 꽃은 누군가 내게 어떤 편지로서 보낸 것만 같으리라. 인간의 문자가 아닌 꽃의 문자로 이어지는 길고 흐린 사연들. 경(經)이 따로 있으랴.
시간이 흘러 어느 이국(異國)의 골짜기에 나는 있고 한가로운 소들의 목에 단 방울소리들이 찬란히 풀꽃들을 피워내고 있는 그곳에서 언젠가 만났던 꽃들, 낙화(落花)의 풍경을 기억해본다. 여기, 이 평화의 화음(和音)에서 발송되었던 꽃들이었구나! 회통(會通)하는 우주의 호흡!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