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복

시 두레 2014. 1. 3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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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복


       외진 절에서

       기다란 좌복 하나를 얻어왔다


       누구에게나

       텅 빈 방 안에서

       온몸으로 절을 올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찔레나무 가지 끝에서

       막 고개를 쳐드는 자벌레 한 마리

       가지가 찢어져라 애먼 하늘을 볼 때  /이홍섭


*좌복: 참선이나 절을 할 때 쓰는 방석

    우리들 생(生)의 지도에는 여러 갈래 '찔레나무' 가지들이 굽이쳐 있다. 그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으니 하나만 택할 수밖에. 그러나 그 끝에 이르렀을 때, 그래서 더 이상 가야 할지 아니면 되돌아와 다른 가지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우리는 오래 하늘을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리석은 자벌레인 우리는.

    허리와 머리와 무릎을 굽혀 가지런히 절하면, '나'라는 것은 맑은 물이 되어 순리(順理)대로 흐르고 고인다. 그때 그 절하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자벌레가 아니라 속으로 들어가는 자벌레인 셈이다. 그 사람의 말소리는 낮아지고 얼굴은 편안해지며 다투던 일도 줄게 된다. 절은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다. 낮은 데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것이 있지 않은가. 저 우리가 갈구하는 진리(眞理) 말이다. 교회에 하나님이 있고 절에 부처님이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 낮은 곳, 힘들고 어려운 삶들, 그들에게 절하는 좌복이 없다면 높은 사람이 아니리.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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