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위치에 대하여
꽃이 하등 이런 꼬락서니로 필 게 뭐람
아름답기 짝이 없고 상냥하고 소리 없고
영 터무니없이 초대인적(超大人的)이기도 하구나.
현명한 인간도 웬만큼 해서는 당하지 못하리니……
어떤 절색황후께서도 되려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이런 이름 짓기가 더러 있었지 않는가 싶다.
미스터 유니버시티일지라도 우락부락해도……
과연 이 꽃송이를 함부로 꺾을 수가 있을까……
한다는 수작이 그 찬송가가 아니었을까……
/천상병(1930~1993)
꽃을 일러 꼬락서니라니…. 하하하 한참을 웃었다. 꼬락서니라는 상스러운(?) 말이 갑자기 향기로운 분을 바르고 나섰으니 웃지 않을 수 없고, 꽃은 또 못 배우고 헐한 것을 불러 친구로 삼고 있으니 흐뭇해 좋다. 그럼 그래야지.
꽃 앞의 즐거움을 애써 참고 감춘 저 표정을 보라. "꽃이 하등 이런 꼬락서니로 필게 뭐람" 이 나무람의 표정 앞에서 흐뭇하지 않을 장사가 있나! 올봄 꽃 피면 그 앞에 가서 나도 이러한 화를 한번 내리라.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