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목화솜
내게 맨발로 와서는
내게 알몸으로 와서는
숨겨 달라 하네
부끄럽다 하네
네게 맨발로 가서는
네게 알몸으로 가서는
숨겨 주라 하네
부끄럽다 하네 /송일순
맨발, 가장 가난한 명사(名詞)다. 아무것도 덧대지 않아 타고난 살로만 만나는 걸음걸이. 그럼에도 그 밟는 대지(大地)의 물성(物性)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풍요로운 걸음이다.
알몸, 가장 부끄러운 상태다. 그러나 충만한 사랑의 전제이기도 한, 부끄럽기에 세상을 피하여 세상을 다 가지는 순전(純全)한 몸의 상태다. 맨발로, 알몸으로 와서 숨겨주기를 청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 시의 부제처럼 목화솜인가? 맨발이고 알몸인 목화솜! 그뿐인가? 태양,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 모든 사랑, 위대한 시들… 모두 알몸이고 맨발이지 않던가.
이태 남짓 짧은 시들로만 골라 더듬어 읽어봤습니다. 천천히, 맨발로, 걸어나와 나의 알몸 속에 숨겨주기를 청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말이 아닌 싱싱한 메아리 같았기를! 바위 곁의 동백처럼 호강을 한 셈입니다.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