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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雲峯寺(제운봉사) 운봉사에 올라

 

 

捫葛上雲峯(문갈상운봉) 

칡덩굴을 끌어 잡고

운봉사에 올라가서

平看世界空(평간세계공)

저 아래를 바라보니

세계는 비어 있네.

 

千山分掌上(천산분장상)

손바닥 위에서

모든 산은 나뉘고

萬事豁胸中(만사활흉중)

가슴 속의 세상만사

시원스레 사라지네.

 

塔影日邊雪(탑영일변설)

해를 막고 눈발 날려

불탑은 어렴풋하고

松聲天半風(송성천반풍)

허공에는 바람 불어

소나무는 울어 대네.

 

煙霞應笑我(연하응소아)

저 노을은 틀림없이

나를 보고 비웃겠지

回步入塵籠(회보입진롱)

발길을 되돌려서

새장 속에 들어간다고.

 

/최치원(崔致遠·857~?)

 

   통일신라의 문호 고운(孤雲) 최치원의 시다. 날이 추워진 겨울에 경북 문경시 운달산(雲達山) 절로 올라갔다. 그 절은 지금은 김용사(金龍寺)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추운 겨울 무슨 일이 그를 산으로 이끌었을까? 힘겹게 산 정상으로 올라서면 세계를 올려보지 않아도 좋다. 원문에서 평간(平看)이라 한 것처럼 내려다보거나 같은 높이로 볼 수 있다. 산에 오르니 허다한 세상사가 사라져 가슴 속이 시원해진다. 세상일을 내려놓자 비로소 눈에는 눈발 속의 탑이 보이고, 귀에는 솔바람 소리 거세게 밀려든다. 마음도 홀가분해지고 세계는 모두 비어 보인다. 또다시 새장 같은 더러운 세상 속으로 내려가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 듯하다. 산신령이 뒤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세상 속으로 들어갈 생기를 얻었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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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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