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패션쇼

시 두레 2013. 11. 11.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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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패션쇼
                                        
강남 한복판에서 
수의 패션쇼가 열렸다.
 
죽음의 옷이 산 사람을 꿰입고 
휘황찬란 조명 아래 활보한다.
산 사람이 죽음의 옷 속에 담겨 조용히 
전시중이다.

사람들은 
수의 위에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조명발을 받은 수의는 이 세상처럼 환한데 
수의 속 산 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캄캄하다. 

이제 죽음은 
빙초산 맛 같은 불빛 아래 진열되는 
상품이 되었다.

나는 후일 
어떤 디자인에 맞춰 임종하게 될까 
턱시도 수의, 드레스 수의, 
무궁화 자수가 만발한, 거들치마 수의 
대로변에 버젓이 검은 입 벌리고 대기 중인 납골묘.
 
아직 새파란 사람들이 저축하듯 유서를 쓰고 
영원한 안식인 죽음은 
죽은 몸 부릴 곳조차 없다.
 
상여 붙잡고 울 틈도 없이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가 번쩍번쩍 요란한 
박수 소리만 흘려보낸다. 

/이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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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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