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늙은 농부의 기도
오늘도 저물었습니다.
밭에는 씨를 뿌렸고
논의 물꼬도 막았습니다.
올 농사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저는 믿습니다.
해마다 당신은 거두어주셨지요.
당신이 원하시는 그 때에.
아내와 자식
며느리와 손자들
논밭의 곡식들
땅을 파는 이 손은 기억하고 있지요.
마른 논바닥 같은 이 손
당신이 꼭 쥐어주는 이 손
사람들은 두런거립니다.
땀에 찌든 이 몸뚱이 보고 개 냄새가 난다고,
허리 굽은 이 몸뚱이 보고 무덤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그래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하지요.
밤낮없이 일을 하지요.
당신이 여기 계시기에
당신이 그걸 원하시기에
이제 이 몸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김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