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천 년이

시 두레 2013. 11. 9. 04:52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잠시, 천 년이

 

우리가

어느 생에서

만나고

헤어졌기에

 

너는

오지도 않고

이미 다녀갔나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천 년이

지난다

 

/김현

    깊을 대로 깊은 가을, 저무는 단풍들이 도심 고샅까지 뒤흔들며 가고 있다. 꽃보다 뜨겁게 타오르던 만산홍엽도 이제 떠나는 몸짓으로 스산하다. 앙상한 뼈대 같은 나뭇가지들만 전열을 가다듬듯 결연한 자세로 찬바람을 맞는다. 그 사이로 아직 남아 있는 단풍 끝물이며 마른 풀잎들이 바람을 붙잡다 놓치다 몸부림을 친다. 미련 같은, 회한 같은 쓸쓸함 속으로 미처 불태우지 못한 채 입동을 맞은 어물쩍 단풍의 당혹감 같은 게 스친다.

   항상 그랬던가. 하고 보면 뭔가 늘 놓치거나 뒤늦게 허둥대는 회한 따위를 더 많이 끼고 왔지 싶다. 올해도 원하던 시나 사랑이나 먼 산 너머로 지나갔는지 소출이 턱없이 허전하다. 시절을 변명 삼아 넘어온 탄식의 반복. 그렇게 '잠시, 천년이' 가버린 것인가. 아니 가버릴 것인가. 그런데 너는 '오지도 않고 / 이미 다녀'간 것인가. 다시 또 잎 다 진 등나무 아래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것인가.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올라가는 등나무, 어느 생에 다시 만나 마음을 저리 꽃피워볼까      ./정수자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의 패션쇼  (0) 2013.11.11
後秋柳詩(후추류시) 가을 버들  (0) 2013.11.10
한 늙은 농부의 기도  (0) 2013.11.08
임종 예습  (0) 2013.11.07
귀천(歸天)  (0) 2013.11.06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