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이 닿는가
네별에 여직 못 닿은 부음의 기별 있어
광년(光年)을 헤아리며 자박자박 가고 있다
저 혼자
걷는 길이라
목선처럼 더디다
화석으로 남은 편지 또 그리 긴 문장이다
문장에 인(燐)불을 밝혀 낱낱이 읽을 동안
별똥별
아-그제서야
그 기별이 닿는가! /김소해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를 읽던 시절은 행복했다. 하늘을 보며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외면 별들이 한층 빛났으니까-. 그런 별도 우정 찾아 나서야 만나게 된 때문인지 별을 노래하는 시도 많이 줄었다. 하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앞에 많은 시가 멈추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별이 참 오래 걸리는 별이 있다. '네 별에 못 닿은 부음의 기별'이라니 '광년을 헤아리며 자박자박' 걸어야 할 법하다. 그 발소리와 '목선처럼' 더딘 길이 하늘에 박혀 떨고 있는 밤, '화석으로 남은 편지'도 많은 바람을 견뎌야 하리라. 그렇다면 밤하늘 길게 긋는 저 별똥별은 어느 기별을 들고 가는가. 이 가을, 별똥별에 홀리던 어린 날처럼 기별의 막막한 거리를 다시 헤아려보고 싶다. 별을 보며 목선 같은 이름들을 불러보고 싶다. /정수자·시조시인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