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친구

외통프리즘 2008. 6. 22. 17:44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평양서 온 친구

1613.001202 평양서 온 친구

평양에서 왔다는 새로운 학교친구가 생겼는데, 우리의 친구지만 전혀 그 모양새가 달랐다.

 

첫날의 인상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양말을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만 신기 때문에 초여름엔 아무도 양말을 신지 않았는데, 그 친구만이 흰 양말에 검은 운동화를 단정히 받쳐 신고 있었다.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 먼 나라 사람 같아서 이질감마저 느꼈다. 우리의 마음은 자연히 그와 떨어져서 있었고 그는 겉돌았다.

 

말투조차 잘 알아듣지 못하게 지껄이니 더더욱 그 애를 멀리 했다. 우리의 일상은 벗고 입고가 기후와 관계돼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그 친구의 일상은 예의를 갖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럭저럭 일 년쯤을 지냈다. 그 일 년 사이의 겨울에는 우리들이 보지도 못한 스키 장비를 보여주면서 그 것을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곤 했다.

 

이 친구의 부모는 반 친구들로부터 그 친구가 따돌리는 것이 실었던지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뺐기며 우리를 초대하고 그 친구와 함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우리와 어울리려면 그 친구를 우리와 비슷하게 만들어야 하겠기에 그의 부모는 속이 아리고 쓰릴 터였지만 우리와 같이 맨발로 다니게 했다. 그때서야 우리와 마음이 트이는 친구가 돼서, 북데기 위에서도 구르고 흙더미 위에서도 엉덩이를 붙이는 동무가 됐다.

 

눈이 하나만 있는 사람들 틈에 눈이 두개 달린 사람이 섞이면 눈 두개 달린 사람이 병신이 된다는, 그런 꼴이 되고 말았다. 전쟁 때라지만, 증산한답시고 학교의 운동장은 조회할 자리만 남기고 몽땅 파엎어서 고구마며 아주까리며 돼지감자며 닥치는 대로 심었다.  그러면서 퇴비를 만들어서 논밭에 내는, 어린이가  아니라 거의 일꾼으로 취급할 정도의 노동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모름지기 안전을 위해서 시골로 피신 온 그 친구는 우리 시골 학교의 많은 노동에 적이 당황했을 것이고, 그 때마다 거꾸로 우리가 그 친구에게 낫질하는 방법이며 아주까리 심는 방법이며, 일일이 가르치는, 거꾸로 뒤집힌 입장이 돼서 그나마 우리 시골 어린이들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어디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곳은 매한가지인 듯, 그 곳 사람들 사는 형국에 맞추어서 사는 것이 속편하고 어울리는 삶이 되는 것 같다.

 

있어도 소용없고 자랑거리가 되지 못했던 것이 이 친구 형편이었으니 우리 인간은 환경에 순응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즈음 깨닫는 좋은 표본인 듯한, 지난 시절의 깨달음이다. /외통-



'외통프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발자전거  (0) 2008.06.23
술래잡기  (0) 2008.06.23
서열  (0) 2008.06.21
다리  (0) 2008.06.20
남행  (0) 2008.06.20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