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8.001117 철길
초등학교 시절 산수시간에 철길로 데려가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장소가 정거장이 내려다보이는 곳, 곧게 뻗은 철길의 한복판을 건너지른 건널목이었다. 아이들 모두 웬 영문인지 몰라 떠들면서 나섰다. 교문 밖을 나서는 자연 학습에는 늘 환호가 따랐듯이 오늘도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 그 선생님이 가르쳐준 특이한 수업 방법이 잊히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자라는 시골 마을의 단조로운 매일에 그나마 흥미 거리를 계속 내게 던져주던 기차와 관련된 기차 길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성싶다. 다른 모든 도형을 그림으로 가르치면서도 유독 평행사변형만을 철길로 가르치려 했는지 생활인이 돼서야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스스로가 영구히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었든 것 같다. 선생님은 직선의 개념을 무시하고 곡선을 갖는 무한궤도, 기하학적 도형평행이 아닌 궤도 평행을 기억시켜서 훗날의 세상살이에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이다. 당신처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적어도 산수 점수만이 상위권에서 벗어나든 내게도 이 도형개념을 알려주려는 그 가르치는 방법이 아직 기억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반 친구들이 이 기억을 할는지는 모른다. 선생님의 평행 개념 강조는 유달랐다. 궤도개념에서의 평행,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철길의 끝이 과연 어떻게 마무리되는 것일까,
오랫동안 생각했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 평행선 아닌 평행궤도를 달리는 기차는 끝없이 달릴 수는 없을 테고, 기차는 어떻게 돌아올까 하는 것이 머리에 더욱 짙게 새겨서 결국 오늘까지 이 수업 방법을 잊지 않고 있나보다.
철길은 레일 두 가닥이 같은 간격을 두고 끝없이 이어졌다. 이것을 평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평행선을 비러 궤도 평행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깊은 뜻은 알아차리기는 했어도 이를 깨우쳐주신 선생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 야속하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