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기의 기쁜 소식을 들은 그날 밤, 건강미 넘치는 불그레한 얼굴의 아내는 우리 가족 모임에 당당히 나타났다. 기쁘고 황홀했다.
이 꿈이 깨지지 않기를 꿈에서도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 옆으로 비켜 잠깐 어디를 갔다 와서 옆얼굴을 보니 부석부석해 있었고 내가 본 쪽이 뚱뚱해지더니 그대로 어디론가 걸어갔다. 바로 이어 ‘명자’ 처제의 억센 팔뚝에 밀려 구덩이 속으로 처박혀 들어가는 당신을 본 나는 울화가 하늘에 닿을 듯, 치밀면서 목침을 내던졌다.
멀리 10미터쯤은 될 성싶은 거리를 힘껏 던졌지만, 처제는 이를 피했고 나는 이어 다른 것, 신짝을 들어 던졌는데 또 빗나갔다. 이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처제가 말하기를, ‘들어가 있으라는데 왜 나왔어요!’ 너무나 서운한 말에 실색(失色)하여 꿈을 깼다.
허전했다. 모든 게 지하에서, 하늘에서 내 생각 손놀림과 발걸음을 보호 감시하나 보다.
처제의 조카 생각하는 마음이 생시에는 이해되면서도,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이라지만, 내가 본 가엾은 아내의 뒷모습이 꿈 깬 생시인데도 영 지워지지 않는다.
가엽고 불쌍한 아내, 그렇게 기다리던 손자를 보지 못하고 간 아내!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