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배미,
누렇게 익는 벼포기에
가을 맞바람 일렁인다.
같은 날에 심었는데도,
샘솟는 물길 언저리는
푸른 벼포기가 급해서
아직도 햇볕만 그리고,
나도
샘가의 벼, 포기인 듯
팬 이삭을, 못 익힌다.
냉기, 피할 수 없어서
내 마음조차 싸늘하고
아직 못 익어, 파랗게
갈 길만을 찾아, 맨다.
이러다가 서리 내려서
그대로 쭉정이가 될까
두렵다.
참새떼 몰려와도 족히
제철에 익으면 좋겠다.
한 날, 심은 논배미는
익는 날, 또한 더불어
한 날 됐으면 좋겠다.
못 익는 푸른 벼포기
설익은 눈길, 머문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