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2

외통넋두리 2009. 2. 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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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2

9000.03.31 공허2

 

내 살던 집을 아주 떠나지도 않는데

웬 지 섭섭하다.

 

잡을 사람도, 거들사람도 없는 나,

어깨에 힘 빠진다.

 

뉘 반길 이 없고 기다리는 이 없는데도,

나는 이끌린다.

 

어쩐지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아서

채비하고, 눈감는다.

 

그렇게 하늘을 날아올랐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 이스탐불.

옛 스승, 칠판 그림과 몸짓은 보여도

내 그리는 고향에는 빗대지질 않는데,

 

선사의 동굴에 서면.

내 조상 ‘괸돌집’은 가난 했는데,

당 대의 영화는 이곳에도 있었구나,

싶어서.

 

또 시공(時空)을 주름 잡는다.

 

포스몰스 해협을 바라보면.

내 고향, 그 끝 간 데 없던 수평선이,

서유럽의 대륙을 멀리 밀어내며,

내 가슴.

또 바닷가에서 긴 기지개를 켠다.

 

 

 

저승과 이승 사이를 오가는 꿈길이었는데

내 유영(遊泳)은

낯익은 간판을 눈앞에 쏟는다.

그 이름 '서울'.

 

며칠을 비운사이 나를 찾았다고,

그럴 리 없는, 내 행적에 그들은

나를 하늘에 보냈고

어름해서 듣는 이,

때가 되었다고 체념했다.

 

그런데,

내 목소리 듣는 친구,

반겨 어쩔 줄 모르고.

곧 달려올 성 싶은 몸짓이 선한데

어쩔 수 없이, 전화통에 대고

비보를 전한다.

 

한 달을 비웠다는 친구다.

 

친구의 말이

아무개 친구는 집에서 죽고

아무개 친구는 병원에서 죽고

 

나 또한 소식 없어서

죽은 줄 알았다고.

 

그러니, 내 목소리가 날 살리고

목소리 전하는 친구도 내가 살렸다.

 

소식이 없으면 죽는 것.

사라진 것.

목소리 못 듣는 그 둘은

다 죽었다.

 

 

사십 여년을 못 만났으니

잊을 만도 하련만,

못 배기게 보고 싶었다.

웬 지, 보고 비비고 싶었다.

 

그래서

몇 달 전에 생생히 만났는데.

 

내가 보채어 함께 간 친구는 살았고

우리를 맞은 둘은 죽었다.

 

둘은 살고 둘은 죽었다.

 

이제 내 유영에서 돌아와 발 닿은 여기서

옛 과 이제.

이제와 내일.

삶과 죽음.

 

뒤얽힌

영원에서의 일순을 맛 본

친구의 베드남길,

내 터키 길이었다.

 

생각은 맴돌고 깊어만 간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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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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