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무릎 위에 앉았을 땐
꽃이 속삭이니 나무도 말하고
호랑이와 여우도 말하였는데
언제부턴가 다 거짓말 같더니
모자 벗고 인사드릴 즈음에는
돌도 나무도 짐승도 물고기도
그들 나름으론 아무 말 없다.
오늘에 꽃과 나비 서로반기고
오늘에 다시 나무들이 속삭여
오늘에 어느새 짐승들이 웃네
나 이제도리어 꽃잎에 머물고
바라보며 꽃향기 한껏 맡더니
풀포기 밟기를 못내 망설이네
아마 나도 이제 저들과 함께
본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보금자리가
또렷이 함께 보이기 때문이라.
이제 다시 풀꽃 웃어 벌 맞고
나뭇잎 속삭이며 바람 말하고
날짐승 노래로 들짐승 말하니
이게 다 내 영혼의 울림이라.
8008.101011. /외통徐商閏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