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해당화 잎
내 잊을 수 없는
해당화 꽃잎
내 혀끝에 도는
해당화 열매 맛.
아무리 찾아봐도
한 포기뿐인
외로운 해당화
일곱 개의 말뚝 위로
짙푸른 해당화 잎이
두껍고 두껍게 살져
기름기를 드러냈고
뿌리 둔 둘레는
손 갈퀴 자국 남아
둘려진 준령 같은
풀 섶을 제치는구나.
누가 삶의 한 자락을
해당화에 묻나 보다.
나처럼.
오랜 세월
저편에 아련함이,
이제 이 한 그루가
먼 날에 강둑을
물들이리니
벌써 내 귀엔
벌 소리 들리고
파도 소리 들리누나.
살진 잎이 빛난다.
해당화 꽃나무 한 포기에
내 발이 묶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해당화는 외롭다.
갈대 풀 속에 갇혀서
멀리 떠나온
제 고향 부르지만
일곱 개의 말뚝이
철옹성(鐵甕城)이고,
둘려 처진 노끈은
심은 이의 심성인 듯
매듭에 얼이 서려 있다.
아마도
나처럼 해당화에
얽힌 사연이 있어
내 땅, 남의 땅
가릴 겨를 없이
성내천 풀 섶에다
발을 붙였나 보다.
손으로 쥐어뜯고
발로 뭉개서
거름을 주고
마음을 준 흔적 앞에
내 지난날을 빗대본다.
해당화 향기 맡고 멱감고,
해당화 열매 먹고 여름 난,
어린 시절 그리워서
돌아가는 길
고마운 누군가에
엎드려 절하고 싶구나.
아침마다 발걸음
멈추게 하는 이 해당화 포기
내 꿈을 흩지 않고,
일곱 기둥에 동여 가두었다가
너 이 강변에 퍼질 때
나도 내 고향 바닷가에
뿌리박게 하려무나.
여기
네 고향을 떠다 놓았으니
참아 안쓰럽지만.
내 푸른 바닷가와
시냇물로 변하여서
나를 들뜨게 하는구나.
원래 남의 키라
내 키 낮추어
푸른 잎 내려보니
내 죽었던 숨이 터져
해당화 잎만 흔들리네.
울을 넘은 해당화 잎이
둑 넘어 4층
빌라의 창을 올려보니
나 또한
심은 이 없는 해당화 잎 따라
자꾸 4층 빌라의
창을 덩달아 오려본다.
내가 보면
나 몰래 심은 이가 걱정하리.
내가 보면
해당화 잎이 내 몹쓸
지난 열병을 옮아서
그나마 눈에서 사라질까?
두려워 고개를 내린다.
오늘 아침도 해당화는
그대로 살아있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