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다.
탄생이 하나의 문이고,
죽음이 또 하나의 문이다.
문을 열면 희망이고 자유고 아침이다.
문을 닫으면 소외고 단절이고 깊은 밤이다.
내려앉는 지붕 아래 가난한 문은 저녁나절에야 햇살이 잠깐 다녀가던 유년의 셋방을 기억나게 한다.
유난히 밤이 깊었고, 겨울이 길었던 그 문 안에서 철없이 동요를 불렀다.
터미널의 늙은 청소부처럼 우리의 사랑은 늘 꾸부정했지만, 그 문 안에서 종이 딱지를 접으며 낙서를 하곤 했다.
낡은 버스 매연처럼 우리의 희망은 매캐했지만, 어머니가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서던 그 문 안에서 나는 가난이 슬픔인 줄 모르고 자랐다.
배고프지 않은 것만으로 행복이라 치부하는 오늘, 현관에 몇 개의 열쇠 구멍을 만들어 놓고, 버마재비처럼 허리를 세우고 있는 현실이 나에겐 진보라고 할 수 있을는지./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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