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七克)'의 넷째 권은 식분(熄忿)이다. 분노를 잠재우는 방법을 적었다. 분노는 불길처럼 타올라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어떻게 해야 가슴속에 수시로 일렁이는 분노의 불길을 끌 수 있을까?
성 스테파노가 말했다. "분노로 남을 해치는 것은 벌과 같다. 벌은 성이 나면 다른 것을 쏜다. 쏘인 것은 약간 아프고 말지만, 벌은 목숨을 잃는다(以怒害人如蜂. 蜂以怒螫物, 物得微痛, 而自失命)." 한때의 분풀이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어리석음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인내를 배워야 한다.
인내의 방법은 이렇다. "분노는 잠깐 동안 미쳐버리는 것이다. 술에 취하는 것과 분노에 취하는 것은 한가지다. 분노했을 때 한 행동은 분노가 풀리고 나면 반드시 후회한다. 그러므로 분노했을 때는 마땅히 스스로를 꽉 눌러서 생각하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 또 성낼 일을 행해서도 안 되고, 성나게 한 사람을 나무라서도 안 된다(怒暫狂也. 以酒醉, 以怒醉等也. 怒時所行, 怒解必悔. 故怒時宜自禁, 且勿思, 且勿言. 且勿行所以怒事, 且勿責所以怒人)."
이런 말도 했다. "나와 똑같은 사람과 싸우는 것은 위태롭고, 나보다 강한 이와 다투는 것은 미친 짓이며, 나보다 약한 이와 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너를 해친 사람이 너보다 약하다면 상대를 용서해주는 것이 옳고, 너보다 강하다면 너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맞는다. 비슷할 경우는 서로 용서해주어야 한다(與平等鬪險, 與强鬪狂, 與弱鬪辱. 故人之傷爾者, 弱於爾, 宜恕彼. 强於爾, 宜恕爾. 與爾等, 宜恕彼與爾)." 앞서는 인내를 말하고, 여기서는 용서를 꼽았다.
마카리우스의 예화도 흥미롭다. 파리 한 마리가 음식 앞에서 왔다 갔다 하자 화가 난 그가 그 파리를 죽였다. 그러고 나서 그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말했다. "파리가 먹는 것조차 능히 참지 못하였으니, 어찌 큰 괴로움을 참겠는가?" 그는 마침내 옷을 벗고 들판으로 나가, 모기와 등에에게 제 살을 물게 했다. 사람들이 연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인내를 익히고 성낸 것을 꾸짖기 위해서입니다(習忍責怒)." 분노를 종식하려면 무엇보다 인내와 용서를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