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왕상진(王象晉·1561~1653)의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 중 '섭세(涉世)'편의 말이다. "무릇 정이란 다하지 않는 뜻을 남겨두어야 맛이 깊다. 흥도 끝까지 가지 않아야만 흥취가 거나하다. 만약 사업이 반드시 성에 차기를 구하고, 공을 세움에 가득 채우려고만 들 경우, 내부에서 변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반드시 바깥의 근심을 불러온다(凡情留不盡之意, 則味深. 凡興留不盡之意, 則趣多. 若業必求滿, 功必求盈, 不生內變, 必召外憂)." 사람들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남는 것은 회복 불능의 상처뿐이다. 더 갈 수 있어도 멈추고, 끝장으로 치닫기 전에 머금어야 그 맛이 깊고 흥취가 커진다. 저만 옳고 남은 그르며, 더 얻고 다 얻으려고만 들면, 없던 문제가 생기고 생각지 못한 근심이 닥쳐온다.
한 대목 더. "내게 거슬리는 것을 가만히 잠깐 살피기만 해도 문득 차분해져서 마음이 시원스럽게 된다. 그래서 두목(杜牧)은 그의 시에서 '참고 지나가면 그 일도 기뻐할 만하다네'라고 말했다(逆我者, 只消寧省片時, 便到順境, 方寸廖廓矣. 故少陵詩云 '忍過事堪喜')." 내 앞길을 막는다고 맞겨루려고만 들면 다툼이 그칠 새 없다. 가라앉혀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하자 이내 차분해져서 좀 전 성내던 일이 부끄러워진다.두목은 그의 시 '견흥(遣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거울 보며 흰 수염 만지작대니, 어쩌다 이렇듯 늙은이 됐나. 뜬 인생 언제나 정신이 없고, 아이들은 자꾸만 칭얼거린다. 참아내면 그 일도 기쁠 것이요, 편해진들 근심이야 없을 수 있나. 가라앉혀 마음을 차분히 가져, 막힌 길 나와도 괘념 않으리(鏡弄白髭鬚, 如何作老夫. 浮生長勿勿, 兒小且鳴鳴. 忍過事堪喜, 泰來憂勝無. 治平心徑熟, 不遣有窮途)."
거울을 보는데 구 레나룻과 수염이 허옇다. 돌이켜 보면 늘 경황 없이 발만 동동 구르며 살아왔다. 커가는 자식들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이 그때마다 달라진다. 어쩌나 싶어 안타깝던 일도 지나고 나니 다 견딜 만한 기쁜 추억이 되었다. 형편이 괜찮을 때도 근심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지금의 나쁜 상황도 다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더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