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혼마저 곁을 떠나는 날이구려.
보잘것없는 육신의 미련을 버렸지만, 영혼마저 내 곁을 떠나다니 너무나 허전하고 외롭구려. 하늘에서 지켜보는 내 모습, 처량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당신을, 당신을 잊으려고, 지우려고, 고개를 흔들어도 되지 않는, 각인된 자국, 종(釘)소리 요란하게 파 들어온 당신의 전부를 무엇으로 털고 무엇으로 파내어 메운단 말이오. 말해보시오. 알려주시오. 당신의 아량으로 내 영혼에 패인 당신의 모습을 어떻게 지워보구려! 아직도 그날 밤새도록 손 비비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든 당신의 모습이 떠나지 않는구려. 아무렴 이승보다 몇만 배 몇억 배 나은 낙을 누리리라 믿지마는 아직 나는 여기 이렇게 남아 있어서 당신을 못 잊고 있으니 당신이 나를 데려가든지 아니면 당신의 혼이라도 내 곁으로 오든지, 어서어서 서두르시오. 당신은 떠나면서 왜 나만 홀로 있게 하느냐 말이요.
거듭 말하거니와 데려가든지 당신 혼이라도 남든지 하구려. 당신의 힘으로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소.
도량을 보이시오! 선한 내 마누라여! 비나니 나를 당신과 함께 있게 하구려. 아니면 잊도록 해주시오.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그때 그 사정을 말하리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