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메 매시는 아버지 손 힘지면
그날 내 마음 온종일 가볍고,
이내 걸음걸이, 네 활개 힘차시면
저녁 내 손바닥에 사탕 내리시지.
눈길은 없어도 발걸음만 향하시면
무엇 가져올까 내 먼저 알아채고,
얼굴은 비꼈어도 어깨만 축이면
나 뒤 돌아가 무엇이든 찾아오지.
도시락 뚜껑 열면 내 얼굴 살피시고
숟가락 들기 전에 물부터 마시라니,
먼저 수저 놓고 한 술 덜 뜨시기에
내 이만큼 자라서 아버지 생각하지.
미간이 주름 지시면 약봉지 찾아내
동공은 나 피해 먼 하늘 높이시고,
애써 멀리 일하러 가시는 시늉하셔
차마 따라가 다시 올려볼 수 없네.
어머니 한숨 지시며 논두렁 걸치면
애꿎은 민들레 허리 동강 부러지고,
어리광을 부리자니 내 키가 훤칠해
모르는 척 외면 등 뒤로 돌아가지.
그런대로 묶어둘 재주만 있다면
그렇게 그 자리에 있고 싶은데,
누가 그 자리를 없애 버렸기에
이렇게 날마다 두 분을 그리나.
볼 수 없으니 알아차릴 일 없어
세월에 묻혀서 잊을 만한데도,
행여나 꿈속에도 어버이 못 뵈니
논두렁 떠오면 어버이 오시려나.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