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떻게 이 육신을 벗는지 당신은 다 아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 있는 동안에 제가 어떻게 이지러지는지를 스스로 보고 싶어서 이렇게 제 마음 하얗게 바래집니다. 맑아져 드러내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뜻에 맞갖은 제 몸짓과 부어주신 제 혼의 쓰임새가 옳게 다하여 왔는지를 이 육신의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저의 잘못과 이를 뉘우치지 못하는 저의 의식조차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저를 알려고 무척 뒤척였지만, 아직 알지 못합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고 했지만 깨치지 못했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숨 쉬었을 뿐입니다.
이제 제가 허물어짐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도막도막 뼈들을 가죽이 얽어매어 겨우 형상만 거느리고 있음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습니다. 이제 제 영혼에 알려 깨치게 하는 신호가 이렇게 아픔이라는 방법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주님, 은총의 한 자락 붙들고 의탁하오니 부디 암아 주시옵소서. 이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당신 앞에 엎드리려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