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이 애지중지하던 콘도 회원권 중 한 개를 딸 이름으로 바꾸어 주었소.
그렇게도 나와 함께 다니고 싶어 하던 여행을, 내가 퇴직하게 돼서 그 소원이 이루어지려나 싶더니 당신 몸이 아팠구려. 그래서 우리 둘은 멀리 갈 계획을 다 세워놓고도 못 가지 않았소? 그런데도,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 아픔을 무릅쓴 당신의 주선으로 ‘돈산’ 온천을 다녀온 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구려.
저승에서는 콘도 회원권도 필요 없고 승용차도 필요 없이 언제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의 세계에 사는 당신이기에 이승에서의 원을 이루었으리라 믿겠소.
쫓아서, 요즘 나도 영의 세계를 드나들고 있는듯하오. 세상이 시들하고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으니 말이요. 틀림없이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기에 조금은 내가 위안을 얻고 있지만, 이승에서야 다 할 수 없지 않소? 지상에 있는 나는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고 몸 가눌 길 없어서 이렇게 헤매고 다닌다오.
아직은 당신 뒷정리를 핑계 삼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는 하지만 그 일들이 온전히 정리되려면 아마도 내가 미칠 것 같은 예감마저 드는데 이를 어쩌면 좋겠소?
어제 ‘혜화동’을 갔을 때, 당신 형부가 ‘문경새재’에 가고 싶었는데 당신 생각과 내 생각이 겹쳐서 입을 뗄 수 없었다는구려.
말해보구려. 내가 가면 당신이야 기뻐하겠지만 또 지상에 있는 나는 어떻게 견디란 말이오.
걸음마다 순간마다 모두 당신의 발소리, 당신의 숨소리, 당신의 모습인데, 이를 감당할 자신이 아직 없구려. 그래도 가자고 하면 가야 할까요? 난 모르겠소.
못 갈 그것 같아.
당신이 없어서…. 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