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게

외통궤적 2019. 8. 31. 12:03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일보계

 3488.011216 일보계
()는 마술사처럼 우리를 홀리기도 하고 옥죄는 사슬이 되어서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데, 어쩌면 인간의 사고영역에서 제일 영악한 것이 이 숫자인 것 같다. 난 요즈음 수에 포로가 돼서 억압받으며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생각해본다. 앞산의 어느 나무가 거느린 잎이 몇 개며 거느린 가지가 몇 개며 제가 피운 꽃송이가 몇인가를 일일이 세고 있다면, 모름지기 그 나무는 그 세는 때로부터 말라죽을 것이다. 잘린 가지를 오므리는데 무엇이 얼마 필요하고 잎이 떨어지면 새 잎을 내는데 무엇이 얼마필요하고, 이러기 위해서 밤낮으로 지켜가며 햇빛 받은 시간이 얼마며 동화한 양이 얼마인지를 재야한다면 말이다. 나뭇잎이나 꽃잎에 부는 바람의 세기를 재야하고 또 꽃을 피울 때 열매도 함께 생각하여 벌이나 나비를 불러모아야하고 그들에게 수고를 생각하여 보상을 계산해야하고 또 달린 열매를 새들이 따 가면 낱낱이 세었다가 어딘가에 청구해야하고, 가을이 되어서 잎이 마르면 차례를 정해서 떨어내야 하니 그 차례를 매겨야 하고, 그동안 그늘에서 고생한 가지를 세어놓았다가 이른 봄 일찍이 도태시켜야하는 등 수없이 많은 수 놀음을 마땅히 해야 하련만 나무는 모든 것을 셈이 없이 천연대로 살아가니 이 얼마나 편하고 자유롭고 복 받은 삶인가! 이것은 고작 나무다. 그런데도 아무 탈 없이 잘만 살아가고 있다.
참새도 마찬가지다. 새들이 수를 안다면, 풀씨를 세어 맡아 놓아야하고 무리에서 없어진 참새를 세어야 알을 더 낳을 것이라고 여기고, 갈 곳과 못 갈 곳을 세어 챙겨야 죽지를 몇 번 덜 놀려서 덜 아플 것이라고 계산하고, 먹을 것과 저장할 것을 세어 가려야 맡아 준비할 것이라고 일일이 수 놀음을 한다면 한시도 부지 못하여 자결하고 말 것이다. 다행이 새들은 수를 모르니 마냥 행복하고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내가 어줍게나마 수의 마술에 끼어드는 것은 받을 수 있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나마 나를 지탱하는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부지하려는 자구(自求)의 한 방편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나를 알고자함이다. 나는 그 많은 수의 어디에 박혀있는가? 내가 빠지면 어떤 변화가 있는가? 나는 하나의 병사로써 그 인정을 참으로 받고 있는가? 알고 싶어서 고통을 무릅쓴다. 많은 사병은 자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단지 자기를 지도(指導)감시하는 고참및 상사(上司)와 끈으로 엮어 매어있다는 단순한 연결개념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지극히 과소하게 여기는 편견으로, 자주 탈영이나 미 귀대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즉 작은 모래알이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흥미가 없고 피동적이다. 따라서 늘 피곤하고 지루하다. 매사는 참여함으로써 그 고통이 극복됨을 잊고 있는 것이다.
단위부대의 병력이동이 전군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여 단 한사람도 어긋남이 없는 하루가 되어야 비로써 새날을 맞는, ‘날보계(日報係)’의 정신적 피로와 긴장된 하루하루가 내 심신을 단련시키고 있다.
이산의 뻐꾸기가 디딜방아고 내리꽂듯 이 고을을 울리면 저 산의 뻐꾸기가 디딤판 내리 밟듯 저 산을 울린다. 아낙의 손짓이 방아 고에 일렁이고 낭군의 디딤 발이 미끄러질까 조마조마한, 뻐꾸기화음이다. 뻐꾸기방아 틀 오르내리며 쌍곡(雙曲)으로 방아 찧고, 열린 바람이 병사(兵舍)를 꿰뚫어서 내 마음을 띄우는데, 텅 빈 병사(兵舍)엔 일보 변동 아직 없고, 기다리는 전화벨이 시각을 깎아, 내 마음 깎아!
초조하다. 한 발짝을 움직일 수 없는 변동시간대의 내 모습은 그대로 시간의 노예요 수의 노예다. 뻐꾸기의 널뛰기 쌍 곡이 여러 패로 늘어난다. 일보를 쓰고 나야  뻐꾸기를 찾아  야영장에 합류할 텐데!/외통-

9330.220306 / 외통徐商閏印



'외통궤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행  (0) 2019.09.02
중대리와 용공사  (0) 2019.08.31
응시  (0) 2019.08.29
믿음2  (0) 2019.08.25
면회심사  (0) 2019.08.25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