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꺼내지도 못하고 묻어두었던 옛이야기를 그는 우리 내외가 갈 때마다 신나게 쏟아 냈다. 반응이 무덤덤한 그 친구 식구들보다 맞장구를 치는 내가 있으니 한껏 신났을 터다.
객지에서 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에서부터 제대하고 양봉할 때까지의 어려웠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그칠 줄 모른다. 그는 양봉할 때 “‘주인을 정하고’ 벌통을 풀밭에 풀어 놓았다”라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 나가는 참, 이 대목에서 아주머니는 얼굴을 붉히면서 반발했다. “이 이는 ‘주인 정하’기는 무슨 ‘주인을 정 ‘했어요! 그냥 있기로 했지!” 단호하시다.
아주머니는 우리 내외가 있는 자리에서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인지 그 형을 나무라듯 마무리했지만, 우리가 없었더라면 큰 싸움이 되었을 뻔한 한 분위기였다.
아주머니는 ‘머슴과 상전’ 시각이고 그 친구는 ‘하숙생과 하숙집주인’의 정서일 뿐인데, 그 감성의 차이는 엄청나다. 늘 자존의 위치를 고수하는 아주머니와 비교해서 고난의 역경을 딛고 현실적 삶을 이어가는 그 형의 시각차는 이렇듯 엄연하다.
‘주인’,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모호한 이 말을 조심스레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인다. 같은 낱말을 두고 아주머니는 주종관계의 틀에서 생각하고 그 형은 평등 계약의 관계에서 말하는 이 괴리를 어떻게 좁힐지 아득하다. 한 방 안에 있어도 세기를 넘나드는 시간적 격차를 느끼게 한다.
아직 주인의 처지, 머슴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네 사고 때문이리라./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