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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1.091203 기적 일초, 아니 0,5초 만 일찍 출발했어도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한 발작만 앞섰어도 나는 받혀 날아갔을 것이다. 내가 건너는 차선, 그 다음 차선 왼쪽에 정지해 있던 차가 굉음과 함께 총알처럼 튀어나와 횡단보도를 넘어서 저만치 멈추었다. 순간이었다. 받은 차는 ‘본네트’가 ‘삼각산’처럼 튀어 올라있었다. 집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왔지만 뒤에, 몇 시간 뒤에,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살아있는 것이 바로 기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일초만 먼저 횡단보도 정지선을 출벙했었어도 지금의 나는 없다. 이것이 기적이다. 기적은 늘 우리 주위에서, 아니 내 주위에서 일어나지만 내가 모를 뿐이다. 나는 오늘도 기적으로 살고 있다. 동짓달 어느 새벽 새벽미사 마치고 홀로 우리 동네로 건너오는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일./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