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2

외통인생 2009. 2. 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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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2

9975.070526 환희2

꽃이 필 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 때에 나도 소리를 내어 환성을 지를 것이다.

긴 날을 낮이면 햇빛을 보듬고 밤이면 달빛에 속삭이다 바람에 이슬을 굴려서 별에 물어보고 새소리 엮어 보듬어서 자란 잎을 딛고 망울지기까지 몇 번이나 망설였을까? 너무 매초롬하여 시샘도 받았겠지. 미처 크기 전에 꺾일까봐 한숨도 지었겠지, 꽃다운 꽃을 피우려 목청인들 얼마나 가다듬을까.

꽃은 그래도 봉오리 터질 때 탄성과 환의의 노래를 불렀을 성싶어 자지러지듯 내 마음이 즐겁다. 내 자취에 꽃 봉우리 시절이 있었던가. 잎이라도 흠집 없이 제대로 달은 적이라도 있었던가.

돌이켜본다. 나는 꽃이 되기 전에, 봉우리 지기도 전에 그냥 꽃을 피우려다가 그대로 못 이루고 끄트머리 잎을 꽃으로 여겨서 남에게 내보일 수밖에 없는, 나를 알고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왔다.

내 철들기 전에는 세상만사가 무지개였다. 나뭇잎이 바람결을 타고 내게 손짓했고 강변의 조약돌조차 나를 향해 조아렸기에 내 가슴 울렁이든 시절, 보이는 모든 것이 신나는 것이었다. 있는 그 자체로 즐거웠다. 기쁨에 가득차서 소리 지르며 뛰어 달렸다. 환희의 나날이었다.

철나면서, 무지갯빛 세상은 차츰 잿빛 구름으로 덮여 갔다. 점점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의 지평에 외로웠다. 사위(四圍)가 허허로운 한 가운데 서서 갈 바를 정하지 못해 애간장을 태웠고, 꽃 봉우리 맺기를 바라는 마음조차 먹을 수 없어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만족이 환희의 싹이라서, 작은 희망을 가꾸어 환희의 순간을 맺도록 계산된 삶을 살지 못한 내가 이제 환희에 들떴던 들꽃의 지난 한 때를 바라보며 들꽃보다 더 움츠려드는 안개 낀 심성을 헤쳐 허우적대고 있다. 잡히지 않는 안개, 부딪치려 해도 닿지 않는 과거,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과거, 내 모든 것을 작고 알차게 하여 흐드러진 민들레건 천지를 불태우는 장미꽃이 되건 환희의 삶을 살고 싶은데 돌이킬 수 없구나!

비웃지마라! 조롱하지 마라! 이 만큼 나를 안 것이 너를 안 것이니 이만하면 늦은 탄성이라도 질러 볼까하여, 차라리 즐겁다. 울 밖에 난 풀이 환희의 꽃망울을 터뜨린다. 내 귀에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나는 아직 울안에 있나보다.

이제 꽃은 내게 그 피는 날을 일러주지 않는다. 그 피는 시간도 알려주지 않는다. 내 아쉬움 흘러간 듯 내 그리움도 그렇게 스쳐가려나!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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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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