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보살

시 두레 2013. 9. 15. 05:08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벌레보살

 

고맙습니다. 주렁주렁

붉은 고추 토마토

알알이 영근 옥수수며 강낭콩 애호박 햇빛과 비를 내리어 열매를 맺어주시니

 

땅속에서 기름진 흙 일궈준 지렁이와 열매 키운 무당벌레와 꽃가루 나른 벌들 묵묵히 긴 날 수고한 보살들이 고맙습니다.

 

삼복에도 밭에 오면 매미 먼저 울어주고 김매주고 북주며 흘린 땀만큼만 주시니 곡식알 한 알조차도 허투루 받지 않습니다. /진순분

 

 

   콩 한 알이 익기까지 참으로 많은 울력이 있었다. 그중에도 안 보이는 일꾼은 작은 벌레들. 군말 없이 제 몫의 일에만 몰두하는 벌레보살들이다. 여름내 그렇게 엎드려 제 사는 일로 열매며 곡식을 키워준 벌레들 앞에 가을은 고개 숙이는 계절. 제 살붙이와 먹고 사는 게 곧 더불어 먹이는 일이 되거늘 어찌 하찮게만 대하리.

 

   징그럽다고 호들갑 떨며 떨쳐낸 벌레들도 사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 그리고 그들만의 질서까지 갖고 있지 않던가. 더욱이 움직임만으로 다른 생명을 키우는 신비로운 울력이 되는 것을…. 지렁이가 기어야 숨구멍 트는 흙에도 기름기가 도는 것. 그러니 이 가을 우리는 미물로 치부했던 벌레, 그 묵언수행 보살들에게 잠시나마 깊이 고개 숙여야 하리.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제여  (0) 2013.09.17
고향의 기침소리  (0) 2013.09.16
꽃 한 송이 강물에 던지고 싶다  (0) 2013.09.14
작고도 큰 지구에서  (0) 2013.09.13
가을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0) 2013.09.12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