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자리

시 두레 2013. 9. 6. 05:07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거인의 자리

 

  

강물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 깊은 상처 아물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바위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으로 울음 울어

불길 잡힐 때까지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지

 

/김삼환

   

   아침저녁 서늘바람만도 고맙기 그지없다. 올여름 더위가 그만큼 무서웠던 게다. 그런 여름은 난폭한 거인이었을까. 움푹 패고 헐린 흔적들로 도처가 몸살이다. 강도 높은 태양과 난폭해진 큰비는 아스팔트까지 녹이고 갔다. 더 겸허하지 않으면 갈수록 세지는 기후변화 위력에 우리는 계속 휘둘릴 것이다. 강이고 산이고 도시고 몸살이 심해질 것이다.

 

   그래도 강은 아직 흙탕 쓰레기를 다 받아 안고  흐른다.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가는 깊고 너른 품. 오랫동안 큰 산을 품고 흘렀으니 무엇인들 못 품으랴. 말없이 한결같기로는 바위도 마찬가지. 긴 시간을 견뎌온 풍모가 똑 무념무상의 거인 같다. 그게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라면, 일희일비(一喜一悲) 않는 힘도 그런 고요의 깊이에서 나올 것. 유독 반가운 이 가을도 여름의 상처들을 잘 보듬어주길, 고요한 거인의 손길처럼. /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影(영)그림자  (0) 2013.09.08
가을에 깨달음을 받다  (0) 2013.09.07
사과를 고르다  (0) 2013.09.05
황홀한 새  (0) 2013.09.04
저수지  (0) 2013.09.03
Posted by 외통
,